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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퇴색된 ‘기독교 박해 지수’의 의미

글로밥상 2020. 12. 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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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자유 지수의 필요성

[글로밥상=독자투고] 

 

지난 10월 해외에 사는 지인이 갑작스레 연락을 해 왔다. 파키스탄에 사는 기독교 신도 여아가 무슬림 남성에 납치돼 강제 결혼과 강제 개종을 당했다는 것이다. 더 큰 충격은, 파키스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말이었다.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섬뜩한 사건이지만, 이는 동시대에 지구촌 한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진=지난 10월 파키스탄에 사는 기독교 신도 여아가 무슬림 남성에 납치당해 강제결혼과 강제결혼을 당했다,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

1955년 설립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도어 선교회가 발표한 ‘2020 기독교 박해지수’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기독교 박해지수가 높은 50여개 국가 중 5위를 차지한다. 기독교 박해지수는 이같이 종교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그러나 기독교 박해지수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기독교 세계 내부의 박해 문제다. 

 

기독교는 과거 박해를 받았지만, 종교로 인정받은 후부터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점차 다른 종교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서로 다른 교단을 차별‧혐오‧이단시하며 배척하는 경우들이 발생해왔다. 구교(로마 가톨릭)와 신교(루터 이후 개신교)가 서로를 이단이라 비판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독교 박해지수’ 순위권 밖인 대한민국 역시 기독교이 주류다. 기득권 세력이 된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해 혐오를 나타내거나 새로운 교파를 이단으로 정죄하는 등 배타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진=불교의 불상

2000년대 초반 유행처럼 번진 단군상 목 자르기나 불상 깨기 사건, 사찰에 불 지르기나 사찰이 무너지게 해달라는 기도 등의 행위는 대표적인 타종교 혐오 행위였다. 

 

오늘날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건 같은 기독교 내에서의 갈등 문제다. 기득권을 가진 기독교 교단은 기득권이 없는 소수 교파에 대해 이단이라고 규정하고 배척할 뿐 아니라 교단을 강압적으로 바꾸도록 강제개종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20조 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만 보면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하지만 기독교 내에서 이뤄지는 무차별적인 ‘이단’ 낙인찍기를 보면, 종교의 자유는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고 있단 생각이 들기 어렵다. 

 

이같이 종교의 자유가 지켜지기 어려운 이유는 종교가 정치와도 결탁돼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20조 2항은 “종교는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야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교파는 종교의 이름을 딴 당을 만들어 정치세력과 결탁, 교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 지난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노골적인 정치 관여가 바로 그 예다.   

 

종교의 자유는 생명의 가치를 해하지 않는 한, 모든 종교가 존중받고 인정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일부 기득권을 가진 종교에만 적용된 자유가 ‘진정한 종교의 자유’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기독교 박해지수’만이 아니라 ‘종교 자유 지수’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독교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그 척도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사진=기독교의 창시자, 예수 그리스도의 동상

종교는 사람의 뜻이 아닌 신의 뜻, 곧 하늘의 가르침이다. 그러니 어느 종교의 경서든 근본적으론 상대를 배척하고 혐오하고 죽이라는 교리는 없다.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도 사랑하라”고 했고, 부처님은 “이 세상에서 (다툼으로 인한) 분리가 가장 큰 참혹이라면, 자비심은 진정한 힘”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재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적으로 각종 혐오와 갈등이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요즘이다. 진짜 종교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인류애가 싹트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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