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한상/수필한상

[신년독백] 올해는 참혹했지만, 새해는 위로가 되길

글로밥상 2020. 12. 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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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밥상=글로 나아가는 이] 

 

올 한 해도 저물어간다. 칠흑 같이 어두운 거리. 연일 터져나오는 한숨과 거짓된 소식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삶의 끝자락에 와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렇지 않은 듯 해는 바뀌겠지만 함께 목격한 이 시절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누군간 생업을 접어야 했고, 누군간 사랑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리고 누군간 자기의 신을 버려야만 했다. 가슴이 미어 터지는 시간 속을 견뎠다. 인간은 이토록 나약한 존재였던가. 전염병 하나에 썩은 숨을 내뱉고, 이어 썩은 문장을 곱씹는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는 게 낫겠다…”라는 푸념도 들려온다. “말씀 함부로 하지 마세요”라는 충고를 하기엔 시대가 너무도 비참하다. “이 세상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을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가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을까? 죽음은 한꺼풀 더 앞으로 다가왔고 이제 모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당신과 나는 앞으로 왜 살아가야 하는가?

      

멍하니 잡화점에서 산 흰 송아지 인형을 바라본다. 희망을 팔기 위해 만들어진 놈 치고는 너무 귀엽다. 어쩌면 표정이 있는 사람보다도. 그래. 네가 만들어진 이유도 있겠지. 세상에 이유 없는 일은 없다고 하니까. 

 

모니터를 바라보다보면, 자연스레 어깨가 굽어지고 눈은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갑자기 이상한 상상을 한다. 신년엔 이 디지털 기기가 모두 없어져버렸으면. 나를 기억하는 모든 데이터가 사라지고 오직 인간의 마음 속에만 내 모습이 보관되기를.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 올해가 참혹했기에, 내년은 조금이나마 나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 그래, 이건 말 그대로 환상이다. 미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상상. 우리가 모두 미쳐야만 살 수 있는 세상. 

  

올해는 참혹했지만 새해는 위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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