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찌개/책속의 문장

[책속의 문장] 청중이 무엇에 반응하고 안 할지는 항상 몇분 안에 분명해진다

글로밥상 2020. 11. 1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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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밥상=글로 나아가는 이] 방송에서 청취자는 어차피 어림짐작이지만 ‘단’ 한 사람 같은 존재다. 수백만이 듣고 있을 수도 있지만, 각자 혼자 듣고 있거나 작은 그룹의 일원으로 듣고 있으며, 그 각자는 방송이 자기에게만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혹은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방송하는 입장에선 청취자들이 공감하거나 최소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여겨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따분한 사람은 언제든 채널을 다른 데로 돌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취자들은 공감은 할지언정 방송하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방송이 연설이나 강연과 다른 게 바로 이 점이다. 대중 연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 알 듯, 연단 위에서는 청중의 반응에 따라 어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청중이 무엇에 반응하고 안 할지는 항상 몇 분 안에 분명해지며, 실제로 연사는 청중 가운데 제일 모자란다 싶은 사람을 염두에 두고 발언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도 ‘개성’이라고 알려져 있는 소란을 떨어가며 환심을 사야 한다. 

 

안 그러면 결과는 언제나 냉랭하고 당혹스런 분위기로 나타난다. 청중 앞에서 하는 ‘시 낭송’이 끔찍한 건, 청중 가운데 따분해 하거나 거의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단순히 채널을 돌림으로써 다른 데로 가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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