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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세이리뷰]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2년 '숨결이 바람될 때' 죽음에 대한 진실한 자세

글비빔밥/그 외 소식

by 글로밥상 2021. 6. 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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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2년의 기록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사진=책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사진=저자 故 '폴 칼라니티'와 그의 아내와 딸

#외국에세이리뷰

에 걸린 한 젊은 의사의 이야기. 암에 걸리면 자신도, 가족도, 주변도, 삶의 모든 것이 바뀐다. 약 4년전 어머니께선 자궁암 판정을 받으셨고 그 소식을 들었던 날은 아직도 내게 생생히 남아있다.

은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어렵다고 한다. 암에 걸리면 누구도 100% 생사를 예측할 수 없다.

고통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다. 아무리 돈이 많고, 큰 명예를 가졌어도 죽음 앞에서는 나약함을 드러내고 만다. 이 책은 한 젊은 의사의 죽음 앞에서의 선명한 기록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더 끌리는 편이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저자는 의학계에서 성공궤도를 달릴 수 있는 유망한 ‘레지던트’였다. 항상 환자를 치료하고 소통해왔던 그가 환자가 됐다는 것은 그에게 엄청난 변화이자 고통이다.

하지만 암에 걸린 후, 직업을 넘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는 죽어가는 자신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외국에세이리뷰

#숨결이 바람될 때

#36젊은의사의죽음

나는 언어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의 초자연적인 힘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언어는 고작 몇 cm두께의 두개골에 보호받는 우리의 뇌가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으며,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인생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적 측면, 즉 ‘인간의 관계성’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뇌와 신체 그 자체의 생리적인 명령에 따라 일어나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열정, 갈망, 사랑 등 우리가 체험하는 삶의 언어가 신경 세포, 소화관, 심장박동의 언어와 연관되는 뭔가 복잡한 방식이 틀림없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저자는 의학 전공했지만 의학(과학과 같은 논리와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 학문)에만 그치지 않고 의학 속에서 인간의 정신, 형이상학적인 것들과의 연관성을 계속 찾아내려고 했다.

 

의학은 인간의 인체의 구조와 기능 등을 밝혀냈지만, 그것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 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단순히 생존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먹고, 싸고, 자고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우리는 '왜' 사유하고 감정을 느끼고 아파하고 즐거워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문학을 접어야 할 테고, 하지만 이 길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깊고 오묘한 질문이다. 하루에도 수십번 "뭘 먹고 살지? 내일 뭐하지? 무슨 일을 하지?" 하는 생각을 하는 인간에게 과연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의 삶을 진정 아름답게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하지 않고서는 결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지 않을까. 의미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하다.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된 후에 생각해도 되지 않냐고? 그게 언제 해결될 지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그걸 모두 예측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사진=저자 故 '폴 칼라니티'

#외국에세이리뷰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한 아이는 어제 오후에 죽었고, 다른 아이는 24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내가 새로운 아이를 받을 무렵에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죽음이라는 한계에 다다른 쌍둥이의 상황에 너무도 잘 들어 맞는 사뮈엘 베케트의 은유만이 떠올랐다. "우리는 어느 날 태어났고, 어느 날 죽을 거요, 같은 날, 같은 순간에 여자들은 무덤에 걸터앉아 아기를 낳고, 빛은 잠깐 반짝이고, 그러고 나면 다시 밤이 오지."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계속 마주한다면 얼마나 많은 아픔을 느낄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지만,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매 순간 환자의 아픔에 공감한다면 의사가 먼저 우울증에 걸려 미쳐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공감은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이 되면 나 자신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실연이 우리에게 그만큼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환희의 이면에 존재하는 이 견딜 수 없고, 불공평하며, 얘기치 않은 죽음... 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한고, 또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한단 말인가?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는 건, 그리고 물론 당신도 잘 알겠지만, 당신의 삶이 이제 막, 아니, 이미 변했다는 겁니다. 앞으로 기나긴 싸움이 될 거예요. 남편분도 잘 들으세요. 서로를 위해 자리를 잘 지켜줘야겠지만 필요할 때는 꼭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이런 큰 병을 만나면 가족은 하나로 똘똘 뭉치거나 분열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죠.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서로를 위해 각자의 자리를 잘 지켜야 해요. 아이 아버지나 어머니가 침대 곁에서 밤을 새우거나 하루종일 병원에 있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아시겠죠?”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외국에세이리뷰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가족 중 누가 큰 아픔에 시달리더라도 서로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꼭 지켜야 한다는 말.

어머니께서 암에 걸려 입원해 계셨을 때, 만약 아버지께서 상심이 너무 큰 나머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울고 계셨다면 우리 가족은 저 크게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주변의 아픔과 고통에도 해야할 일을 계속하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인내'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외국에세이리뷰

어느 날 밤, 옆에 누워 있던 루시가 물었다.

 

“여보, 가장 무섭거나 슬픈 일이 뭐야?”

“당신하고 헤어지는 거.”

 

나는 아기가 생기면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리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내가 죽은 뒤 루시에게 남편도 아기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최종적인 결정은 루시가 내려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그녀 혼자 아기를 키워야 할 텐데, 내 병이 악화되면 나까지 돌보느라 더 힘들 것이었다.

 

“아기가 생기면 우리가 제대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루시가 물었다.

“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내가 말했다. 루시와 나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느꼈다.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그 주말에 스탠퍼드 신경외과 동문 모임이 있었고, 나는 거기에 참석하면 예전의 나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있어 보니 지금의 내 삶이 예전과 얼마나 다른지 더욱더 실감날 뿐이었다. 내 주변은 온통 성공, 가능성, 야심으로 가득했다.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여덟 시간의 수술도 서서 견딜 수 있는 동료들과 선배들은 이제 나와는 다른 삶의 궤도를 따라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나는 거꾸로 돌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갇힌 기분이었다. 동료 레지던트 빅토리아는 행운의 선물 꾸러미(연구 보조금, 일자리 제의, 의학 전문지 논문 게재)를 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함께 누렸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선배들은 더는 내 것이 아닌 미래(젊은 의과학자 상 수상, 승진, 새집)를 살아가고 있었다.

숨결이 바람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中

고통을 받아들이고 남은 가족들을 위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 이는 쉽지 않지만, 가족들이 고인을 가장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고인이 된 젊은 의사 폴은 사랑하는 아내, 가족들과 딸 '케이디' 그리고 이 책을 남겼다.

36(서른 여섯) 젊은 의사의 죽음...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갔다. 30대에 내가 곧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욱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느 날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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