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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문장] 그대를 살해한 거짓은더 깊은 거짓 아래 묻히리니, 조지 오웰

책찌개/책속의 문장

by 글로밥상 2020. 11. 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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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밥상=글로 나아가는 이] 

위병소 탁자 곁에서

내 손을 잡아준 이탈리아 병사

억센 손과 허약한 손

만날 수나 있었으랴.

 

총성 울리는 곳 아니었다면.

하지만 아, 얼마나 평화로웠던가!

초췌하지만 어떤 여인보다 맑은

그 얼굴 바라보며!

 

나를 토하게 만드는 구더기 끓는 말들

그의 귀엔 성스러웠고

내가 책으로 더디 배운 것들

그는 나면서부터 알고 있었으리.

 

못 믿을 총이야 제 할 말을 했고

우리 둘 다 속아서 샀지만

내가 산 모조금붙이는 진품이었으니-

아! 누군둘 예상이나 했으랴?

 

행운을 빈다네, 이탈리아 병사여!

하지만 행운은 용감한 자의 것이 아니니,

세상이 그대에게 무얼 갚겠는가?

그대가 준 것보단 언제나 적으리.

 

그림자와 망령 사이에

하양과 빨강 사이에

총탄 거짓 사이에

그대 어디다 고개 숨길까?

 

마누엘 곤살레스가 어딨는지,

페드로 아길라르가 어딨는지,

라몬 페네요시가 어딨는지,

지렁이는 알지니.

 

그대의 이름과 행적은

그대 뼈 마르기 전에 잊혀지고.

 

그대를 살해한 거짓은

더 깊은 거짓 아래 묻히리니

 

그러나 그대 얼굴에서 내가 본 것

어떤 힘도 앗아갈 수 없으리니.

수정 같은 그 정신

어떤 폭탄도 흩지 못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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