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밥상=글로 나아가는 이]
Q. 지금 지구 상의 모든 도서관들이 불에 타고 있고, 거기서 단 한 권의 책을 가지고 나올 시간이 너에게 허용된다고 할 때 네가 선택할 책은?
“월든”
-월든 中, 에필로그
월든,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책. 사실 이 책을 제대로 다 읽지는 못했다. 오가며 야금야금 읽었지만 가볍게만 보기엔 아주 깊은 내용이었다. 초호화 도시라 불리는 ‘서울’에 사는 가난한 청년이, 전부 깨닫기엔 어려운 문장이었다.
저자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측량, 목수일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그는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에 들어가 홀로 집을 짓고 자연인의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그때 쓰인 이야기다.
문명을 떠나 세속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 소로우, 그의 경험을 읽으며 무엇보다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더 나은(여기서 낫다는 말은 동시대를 사는 타인보다 물질적으로 풍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함) 삶을 위해 일하고 쳇바퀴 같은 매일을 버텨내지만, 결국 맞이하는 건 노화와 죽음뿐인 우리. 어ᄄᅠᇂ게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지만 결국은 돌아가고 또 다시 고뇌에 빠진다.
특히 이런 삶은 화려한 도시 속에서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낮과 밤의 차이, 겉과 속의 차이, 그리고 처음과 끝이 차이다. 몸은 더욱 편해졌지만, 마음은 점점 불편해진 이 사회의 모습이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월든 中,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의 곳곳에는 저자가 남긴 자연의 자취가 남아있다. 직접 통나무집을 짓고, 뗄깜을 떼고 사냥을 하며 길을 낸다. 이런 전원의 삶 속에서 저자는 인공문명에 찌든 인간의 부패를 자연과 비교하며, 인간의 무지함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이 무엇인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웃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집은 나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가난하고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을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재단사가 만들어주는 옷이라면 아무 옷이라도 받아 입으며, 평소에 쓰던 종려나무 잎 모자나 우드척 가죽 모자를 점차로 벗어던지고는 왕관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한탄하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호화로운 집을 고안해낼 수 있으리라. 비록 사람들이 그런 집을 구입할 능력이 없더라도 말이다.
-월든 中, 헨리 데이빗 소로우
기술과 문명의 가장 큰 부작용은 ‘편리함’이란 미끼 속에 인간의 사고를 좁게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가장 큰 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대로 믿는다”고 한다. 조그만 네모 화면 속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가상 속의 현실은 실제 우리가 대면하는 세상과는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더 이상 살 수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미디어가 주입하는 관념과 00지상주의는 지나친 일반화, 우상화를 조장해 우리의 시각을 좁히는 데 일조한다. 비판적 사고는커녕, 어떤 사안‧사태에 대해 관점을 달리해 보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마비시키기도 한다. 너무 비판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소로우가 살았던 시대보다 100배는 더욱 문명이 발전한 지금. 우리는 과연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때때로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그들은 기분을 상하지 않고 남의 도움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넓은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을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 여러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으며, 그것은 훨씬 더 불명예스러운 일인 것이다.
셀비어 같은 약초를 가꾸듯 가난을 가꾸어라 옷이든 친구이든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헌 옷은 뒤집어서 다시 짓고 옛 친구들에게로 돌아가라. 사물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들이다. (월든 中, 헨리 데이빗 소로우)
변하지 않는 것. 필자 또한 이것을 찾고 있었다. 찾고 싶었고, 지금도 찾고 있다. 월든을 읽으며, 저자 또한 이 답을 찾고 있다고 느꼈다. 필자는 그동안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사랑’에서 찾아왔다. 사랑은 굉장히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순백한 대자연에서 찾은 것이 아닌가 싶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마는
-성경, 예레미야17:9
문명을 떠나, 자연에서 살고자 했던 저자의 마음도 이렇지 않았을까. 거대한 자본과 시멘트 속에 우리의 생각이 파묻히는 순간. 이를 탈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선한 본능도 계속 꿈틀거린다. 필자의 생각도 저자와 비슷하다. 완전한 사랑은 깨끗한 마음에서 온다. 자연의 훼손도 도시의 가면도 사실은 변해버린 마음이 초래한 참사다.
부자로 유명했던 크로이소스 왕의 재산을 우리가 물려받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목적은 전과 다름없을 것이며 우리의 수단 역시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가난하기 때문에 활동 범위에 제한을 받더라도, 예를 들어 책이나 신문을 살 수 없는 형편이 되더라도 당신은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경험만을 갖도록 제한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가장 많은 당분과 가장 많은 전분을 내는 재료만을 다루도록 강요를 받게 된 것이다. 뼈 가까이에 있는 살이 맛있듯이 뼈 가까이의 검소한 생활도 멋진 것이다.
당신은 인생을 빈둥거리며 보내지 않도록 보호받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도 높은 수준의 정신생활을 하는 것으로 인해 낮은 차원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남아돌아가는 부는 쓸모없는 것들밖에 살 수 없다. 영혼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의 필수품을 사는 데는 돈이 필요 없다. (월든 中, 핸리 데이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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